언론보도

[언론보도] 세월호, 김근태와 만나다

  • 김근태재단2016.12.30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12

제1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수상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절망이 슬픔에게 손 내미는 숭고한 희망을 보았다”

“타인의 아픔까지 함께하며 더불어 가는 것이 민주주의”

김근태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12월28일과 29일 ‘민주주의자 고 김근태 5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습니다.29일 창동성당에서 진행된 추도미사와 마석 모란공원 묘역에서 엄수된 참배 등에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참여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손학규 전 의원 등이 모습을 드러냈고 추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부인 김미경 교수가 추도미사에 참석했습니다. 대선주자들이 한 말은 여러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이번 김근태 전 의원 5주기 추모 행사는 각별했습니다. 대선주자들 때문이 아닙니다. 올해 처음 제정된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때문이었습니다. 김근태 재단은 선정위원회(위원장 신경림)를 꾸려 제1회 수상자로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세월호 가족협의회)를 선정했습니다. 29일 저녁 7시30분 서강대 메리홀에서 시상식이 진행됐습니다. 시상식장에는 세월호 가족 20여명이 노란 옷을 입고 참석했습니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은 웃음과 눈물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29일 오후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 ‘민주주의자 김근태 상 시상식’에서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는 손병휘·이정열 가수의 흥겨운 공연으로 시작됐습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모두 표정이 밝았습니다.신경림 선정위원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우리 정말 큰일났구나’ ‘이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세월호 가족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제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세월호 가족들에게 드리게 되어 기쁘고 또 상을 받아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선정위원회가 세월호 가족협의회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신경림 위원장의 인사에 이어 영상물이 상영되었습니다.



화면 가득히 세월호 가족들이 참사 직후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가족들이 밀양 송전탑 할머니들, 광주 5월 어머니들, 그리고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씨 가족들을 위로하고 함께 싸우는 모습이 차례차례 등장했습니다.그렇습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단순히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극도의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연대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수상한 것입니다. 김근태재단 상임이사인 유은혜 의원이 수상결정문을 낭독했습니다. 다소 길지만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2014년 4월16일.

아무리 납득하려고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죽음을 우리는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거짓의 무리는 아이와 가족만 빼앗아가지 않았습니다. 화인이 되어 가슴을 지지는 슬픔마저 모욕당했고, 진실은 발붙일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그러나,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진실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능멸을 견뎠고, 저항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목숨을 내건 단식, 팽목항에서 안산, 안산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던 처절한 행진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아이가 없는 집에선 잠을 잘 수가 없다며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눈보라가 치는 겨울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잠을 청하던 어머니들을 기억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미안해서 시작한 단식투쟁, 대꼬챙이처럼 말라가면서도 너무 억울해서, 너무 서러워서, 너무 그리워서 물 한잔 넘길 수 없다던 엄마, 아빠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제발 진실을 밝혀달라며, 아이들을 되살리진 못하더라도 눈감고 잠들 수 있도록은 해달라고 무릎꿇고 호소하는 가족들을 비웃고 짓밟은 야비한 권력자와 그 부역자들을 우리는 영원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절망이 슬픔에게 손을 내미는 숭고한 희망을 4·16 가족들에게서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그리워 사무치는 그 손길을 밀양의 할머니들에게 내밀었습니다. 삶의 터전을 지키다가 국가권력에 폭행당한 할머니들의 어깨를 부축하고, 5월의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할머니가 된, 내 나라 군인들의 총탄에 아들, 딸을 잃었던 어머니들을 안고 함께 울던 모습을 우리는 잊지 못합니다. 백남기 어른의 죽음마저 욕보이려는 국가권력에 맞서 맨 앞자리로 나서던 당신들을 보며 우리는 너무 미안해서, 너무 고마워서 울어야 했습니다.

나의 아픔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의 아픔까지 함께하며 더불어 가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이분들은 가장 분명한 민주주의자입니다. 진실이 반드시 거짓을 이긴다는 명제가 민주주의라면 이분들은 민주주의를 향한 불멸의 이정표입니다.

절망을 딛고 다른 아픔을 껴안으며 연대하는 당신들은 쉽게 포기하고 일상에 안주하던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반성하게 만들었고, 다시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돌아오게 만들었습니다. 광화문은 당신들로 인해 진실이 만나는 연대와 투쟁의 광장이 되어갔습니다. 이제 노란 리본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습니다.

지난 12월3일, 우리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이끄는 길을 따라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진격했습니다. 마침내 진실이 거짓을 몰아내는 거대한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2016년 시민혁명의 촛불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정의합니다. 그래서 싸워야 할 때 가장 먼저 싸우고, 견뎌야 할 때 가장 마지막까지 견디면서도 늘 먼저 고개숙이고 ‘미안하다’고 했던 김근태의 이름을 빌린 첫번째 상을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에 바칩니다.

제1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에 드리는 뜨거운 존경이며, 촛불과 함께 한 시민들의 마음을 대신한, 함께, 결코 진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2016년 12월 29일

제1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선정위원회

김근태의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한반도재단(김근태재단)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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