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앞으로 준공되는 분양아파트의 건설원가를 총 61개 항목별로 공개하기로 했다. 분양가에 대한 원가가 아니라 실제 투입된 공사비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라 건설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SH공사는 이같은 내용으로 `분양아파트 준공건설원가`를 공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우선 고덕강일 공공분양 아파트의 준공건설원가가 공개된다. 건설원가 공개 대상은 SH공사가 입주자모집공고를 시행하고, 건설공사 및 지급자재에 대해 발주·계약·관리·감독하는 분양아파트다. 공개 시범단지로는 항동 하버라인 4단지가 선정돼 29일 `준공건설원가 내역서`를 공개한다.
그러나 준공건설원가 공개로 시장 내에는 여러 문제점이 파생될 것으로 보인다. 준공건설원가와 분양가의 차이가 지나치게 큰 것으로 밝혀질 경우 공공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의 집단 반발도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시점과 맞물려 사실상 민간 건설사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건설업계에도 준공건설원가를 공개하라는 항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시장가격 왜곡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SH공사는 “준공건설원가 공개는 투명경영 추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지난해 7월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LH·SH공사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거부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해당 소송은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으나 SH공사 내부에 원가 공개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건설원가 항목은 총 61개다. 도급공사비(47개), 지급자재비(6개), 기타 직접공사비(6개), 그밖의 비용(2개) 순이다.
`원가 공개`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다뤄졌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분양가 원가 공개`로 아파트 가격을 낮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분양원가는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점을 들어 분양원가 반대를 선언했다. 노 전대통령은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며 “경제계나 건설업계 압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했다. 이에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한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투기 재연 △신규 아파트 공급 차질 △아파트 원가 상승 △실수요 서민층만 피해 △사회적 갈등 초래 △주택시장 왜곡 △기업경영 자율성 침해 등 7가지 근거를 들어 분양원가 반대를 지지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원내대표의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는 발언으로 여권 반발이 심해지자 노 전 대통령은 대안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