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문화적 재해석…대공분실서 故김근태 추모전
[앵커]
시민 품으로 돌아온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 김근태 의원의 추모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픈 역사를 그대로 남기면서도 고문실을 문화적으로 재해석해 희망의 메시지를 새겼습니다.
이소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옛 남영동 대공분실, 고 김근태 의원이 고문받던 5층 맨 끝 방 15호에 들어서면 구멍 뚫린 방음벽이 눈에 띕니다.
리모델링으로 구조가 대부분 바뀌었지만, 반인륜적 고문을 지켜본 증인이자 비명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은 은폐자인 방음벽은 그대로 남아 김근태 추모전의 모티브가 됐습니다.
<김병민 / 고 김근태 의원 딸·기획자> “이 벽에서 고통의 소리들이 다 쏟아져나오는 것 같아서 아무 소리도 안들렸지만 귀를 막게 되더라고요. 이 소리들을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고민에서…”
방음벽의 촘촘한 구멍 위에, 고문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김 의원의 어록을 인두로 한 땀씩 새겨 재해석했고, 고문대인 ‘칠성판’을 상징하는 나무판 위에는 어둠 속에서도 빛으로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처럼 조명을 배치했습니다.
김 의원은 고문 후유증으로 독서가 힘들어지며 시집을 즐겨 읽었습니다.
비치된 시집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을 녹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고문의 비명을 시민의 목소리로 바꿔냈습니다.
<김병민 / 고 김근태 의원 딸·기획자> “어린 시절에는 마냥 아버지가 왜 가족들보다 민주화가 우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일부분이 이분들 때문에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셨으면…”
이번 전시는 경찰청 인권센터로 바뀌었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시민 품으로 돌아간 뒤 열리는 첫 문화전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