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 고 김근태 28년 만에 재심 결정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입력 : 2014-03-16 21:13:56ㅣ수정 : 2014-03-16 21:13:56
ㆍ1985년 22일간 고문당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 받아
ㆍ법원 “수사 참여한 경찰관들 유죄 확정… 고문 혐의 증명돼”
고 김근태 전 의원(사진)에게 평생 동안 고문후유증을 남긴 1985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고문을 통해 조작된 증거를 근거로 대법원이 김 전 의원에게 유죄 판결을 확정한 지 28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용빈 부장판사)는 보안법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김 전 의원 사건의 재심을 개시한다고 16일 밝혔다. 2011년 12월 세상을 떠난 김 전 의원을 대신해 부인인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2012년 10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김 전 의원은 1985년 9월4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분실로 연행된 뒤 22일간 고문을 당했다. 경찰국 대공분실장이던 이근안씨의 주도로 대공수사 경찰관 4명은 김 전 의원에게 물고문과 전기고문, 전기봉고문 등을 가했다. 거듭된 폭행과 가혹행위 끝에 김 전 의원에게 서울대 민주화추진위 시위의 배후이자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동조하는 단체를 구성한 죄가 씌워졌다. 대법원은 1986년 김 전 의원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6년을 확정했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을 고문한 사람들의 인상착의를 외우고 발뒤꿈치에서 떨어져 나간 살점을 모았다. 고문당한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의 변호사에게 살점딱지를 건네려 했으나 교도관에게 제지당해 실패했다. 고문의 참상을 알릴 기회는 극적으로 찾아왔다. 검찰청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인재근 의원에게 고문사실을 알렸다. 인 의원은 가수 이미자의 노래테이프 중간에 고문사실을 녹음한 뒤 미주 한국일보 기자 심기섭씨를 통해 외국으로 내보냈다. 뉴욕타임스는 김 전 의원에게 가해진 고문사실을 대서특필했고 세계 인권단체가 전두환 정권을 압박하는 등 국제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김 전 의원과 인 의원은 고문사실을 세상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공동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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