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한국현 기자] 국정감사가 사실상 끝났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을 온몸으로 방어했다. 박 대통령과 권력을 향해 쓴소리하는 의원은 없없다. 그야말로 ‘철통 방어’였다. 야당 의원들은 ‘철통 방어’를 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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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보았듯이 권력자를 향해 할 말은 하는 여당 의원이 없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고 김근태(1947∼2011) 의원이 새삼 떠오른다. 김 전 장관은 서울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주도했고 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 정권까지 재야 단체에서 활동하다 수배와 투옥을 반복했다. 1985년 9월엔 민청학련 사건으로 이근안 경감에게 모진 고문을 받았다. 고문 사실을 세상에 알리면서 1987년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수상했다. 정치에 뛰어들어서는 3선 국회의원과 열린우리장 의장 등을 지냈다.
김 전 장관은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하자 “계급장을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며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여당 의원 중 대통령에 반기를 든 것은 그가 유일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는 “선거 당시 내건 공약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 특히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민생문제는 더욱 그렇다”라며 대통령과 맞섰다. 2년 후 참여정부는 부동산정책 실패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다. 마침내 노 대통령은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반대할 수 없게 됐다.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물러섰다. 김 전 장관의 완승이었다.
대통령에게 흠(欠)이 있어도 쓴소리를 못하는 여당 의원들이 판치는 2016년 정치 시계,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과 맞장을 떴던 김근태, 그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