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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일요일에 쓰는 편지] 동북아균형자론과 대통령의 고충

  • 김근태재단2005.04.19

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임시 국회 때문에 이번 주엔 여의도를 자주 갔습니다. 국회를 오고가며 보는 꽃은 아름다왔습니다. 꽃길을 오가는 시민들의 여유 있는 발걸음과 밝은 표정들이 참으로 좋아 보였습니다. 봄은 꽃이고, 다시 솟아나는 힘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봄이라고 어느 곳에서나 다 꽃이 피지는 않나 봅니다.


국회를 둘러싼 신작로 가에선 꽃이 만발해 있고 머지않아 푹신한 눈 같은 꽃비가 쏟아져 내릴 텐데도 정치가 몸담고 있는 여의도는 약간 냉랭한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께서 언급했던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한 몇몇 비판은 상당한 추위를 느끼게 할 정도였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반도에 내내 햇볕이 쏟아졌건만 유독 일부 정치권만 지독하게 외면하고 반대했던 그때 그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의사당 안은 춥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분들이 어떤 비판을 했는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크게 두 가지 비판이 있었습니다. 한미동맹에 상처를 입혀 오히려 안보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리고 우리가 도대체 균형자 역할을 할 만한 힘이 있느냐 라는 것이었습니다.


동북아균형자론은 비젼이고 실현해야 할 우리의 목표입니다. 국민이 인지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지도자는 방향에 대해 말을 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역시 국민이 희망이고 힘입니다.


의원의 56%가 부정적이지만 국민들 74%가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하여 긍정적이라는 보도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탄핵에 맞서 촛불을 들고 나섰던 것이 국민이었듯이, 우리 국민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평가하지만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협력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미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구요. 이것은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체험되고 전승되면서 한반도의 산과 들에 녹아 있는 것입니다.


최근 일본의 UN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한미동맹보다 더 강력한 미일동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재확인하게 되었습니다. UN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음에도 일본이 과거제국주의 침략사를 미화하는 태도나 자세 그리고 독도에 대한 망령된 주장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일부 정권 담당세력인 미국 네오콘과의 동맹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일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미국정부마저 조기의 일본 UN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 지지를 다소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군사강국이고 경제강국인 두 나라가 힘을 합쳤음에도 마음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외교문제가 군사력과 경제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님을 말해줍니다. 우리에게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여러 가지로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이해해야 우리의 미래를 제대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동북아균형자론은 아직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동북아균형자론을 말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고충을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동북아균형자론을 지속적으로 말하는 것은 왜 이겠습니까. 한반도 평화에 대한 걱정과 근심 때문입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에 따른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은 자칫 한반도의 전쟁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안되는 일이지요. 그래서 대통령께서 한국국민의 동의 없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어떤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것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하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서 나오는 당연한 의무이고 권리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의 고충을 이해하고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동북아균형자론은 6자회담을 마침내 다자간평화안보체제로 전환 발전시키고,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미래에 만들어내고, 남북간 협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외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문제는 그것의 실현 방안이고 실천입니다. 실천의 과정에서 더 훌륭한 전략과 지향이 생겨날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예감합니다.


여의도 길에서처럼 정치의 중심인 국회 안에도 꽃비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에 국가적 민족적 자긍심의 꽃비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황사대신 평화의 꽃비가 동북아에 두루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꽃길을 걷고 싶습니다.


2005.4.19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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