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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일요일에 쓰는 편지] ‘희망’이라는 이름의 병원

  • 김근태재단2005.04.25

지지난 토요일, 오마이뉴스 축구팀과 시합하다가 눈썹 언저리가 찢어져 일곱 바늘을 꿰맨 적이 있다. 의사선생이 상처를 꿰매는 동안 작년에 있었던 가슴 아픈 사연이 생각났다. 눈썹 근처 이마가 찢어졌는데 병원비가 무서워서 치료도 못 받고 그냥 집에서 혼자 바늘과 실로 상처를 꿰맸다는 50대 남자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주에 바로 이 50대 남성을 치료해준 병원을 찾았다. 요셉의원-. 원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셉의원 원장의 설명을 듣다가 문득 ‘정문화’라는 유능한 후배 생각이 났다. 노숙자로 전락해 몇 년간 잊혀졌던 그 친구는 폐결핵으로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나서야 우리에게 나타났다. 그리고 곧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버렸다.


빈곤층의 건강을 지켜주는 의료급여 제도의 사각지대는 약 200만 명에 이른다. 대부분 주민등록증이 말소된 사람들이다. 건강보험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의 상당수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제도만으로 건강을 지켜줄 수 없는 국민이 왜 그렇게 많은지, 왜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제때에 이뤄지고 있지 못한지 철저히 확인해야겠다.


물론 완벽한 제도는 없다. 그러나 그걸 핑계로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사회는 당연히 활력을 잃게 된다. 책임감을 느낀다. 분발하겠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고 말할 만한 분들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한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책임을 전가할 생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로 희망이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18년 동안 우리 사회의 맨 밑바닥의 사람들을 끌어안고 살아왔는데도 여전히 열정이 펄펄 끓어 넘치는 요셉의원 원장님.


평생을 낯선 한국 땅에서 수녀로서, 의사와 간호사로서 살아왔다는 아일랜드 출신의 성 골롬반 수녀님들. 이분들을 만나면서 궁금한 것이 있었다. 이분들의 가슴 속은 머나 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퍼렇게 멍들어있을까 아니면 자부심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까? 고맙다, 고맙다고 하면서 연방 악수를 했다. 솔직히 포옹을 하고 싶었지만 수녀님들이라 망설였다. 결국 못하고 돌아왔는데 지금은 후회가 된다.


어느 정신 병원 원장님. 여의사인데 아주 명랑했다. 정신 질환자들이 약이 떨어져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면서 환자들을 만나러 이렇게 현장으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 말은 왜 그렇게 울림이 큰지, 또 그렇게 말하는 그 여의사가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그 외에도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부부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그리고 많은 자원 봉사자들, 프랑스로 입양을 갔던 우리 청년 형제, 금주 프로그램의 세계적 권위자인 재미 동토 의사 선생님 등등….


또 있다. 현역 시절부터 오랫동안 이 일에 참여해온 장군 출신의 어느 자원 봉사자. 이 분은 언제나 평상복 차림으로 와서 처음에는 ‘별’인 줄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전역한 후에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카이로 프라틱’이라는 기술을 배웠고, 가족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해 본 다음, 요셉의원 방문 환자들에게 서비스 해왔다는 것이었다. 콧등이 찡했다. 사실, 요셉의원을 방문하게 된 것도 이 분의 채근과 성화 때문이었다. 마음으로부터 이 ‘장군’에게, 이 ‘참군인’에게 감사드린다.


정부에서 끈질기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선의를 갖고 봉사하면서도 보상이라고는 오직 가슴에 차오르는 자부심뿐인 이런 분들이 있어 이 세상은 살만하고 또 아름다운 것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다.

“요셉의원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분, 여러분을 신뢰하고 존경합니다.

여러분이 우리의 내일이고 우리의 희망입니다.”


2005.4.25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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