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관행적 부조리를 고해성사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는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한 경우도 있었고, ‘알고 보니 챙기기의 달인’이라는 식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복지부 직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일부 언론이 자극적인 사례만 부풀렸다고 짜증내는 소리가 나올 법 합니다. ‘제대로 해 보겠다’고 마음먹고 고백했는데 ‘챙기기의 달인’이라는 불명예스런 얘기를 듣게 됐으니 섭섭한 마음이 왜 안 들겠습니까?
그러나 너무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야속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지금 공직사회와 국민 사이에 놓인 불신의 벽은 결코 한꺼번에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참읍시다. 옛날 제가 대선후보 경선자금 고백했을 그때가 생각납니다. 사실 혹독한 역풍에 시달렸고, 속 많이 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여기까지 왔습니다.
투명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잣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투명하지 않은 집단이 신뢰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콩 심어 놓고 수박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공직사회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 살 수 없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공직사회는 생존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살아있더라도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는 구설이 있었지만 앞으로 더욱 투명성 회복을 강도 높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관행적 부조리’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은 ‘투명성 회복 추진’의 첫단추를 채운 것입니다.
'투명사회협약실천위원회’와 함께 18개 정부․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보건의료분야 투명사회협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누가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설득하는 방식으로는 추진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한번 선언하고 마는 ‘이벤트’가 돼서도 안되겠지요.
기대가 큽니다. 공직사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의 경쟁력은 몇 단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공직자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보상은 없습니다. 아마 야유도 있을 것이고, 좌절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동요되겠지만 그래도 어깨동무하고 앞으로 갑시다. 그러면 우리들 가슴속에 어떤 자부심이 자리잡을 수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2005.6.20
김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