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 하나하나 집지어 ‘노동청년 김근태’ 오롯이”
등록 : 2014.12.02 21:11수정 : 2014.12.03 11:05
설치미술작가 이부록 씨.
[짬] ‘김근태 3주기 추모전’ 참가
설치미술작가 이부록씨
그는 ‘진화하는 손’을 가졌다. 붓으로 먹을 다루던 유연한 손은, 소멸과 생성이 계속되는 도시의 흔적을 따라 철을 주무르고 나무를 자르는 강인한 손으로 자라갔다. 작가 이부록(43·사진).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던 그는 최근 몇년동안 청계천 공구상가에서 수집한 쇠붙이, 버려진 목재 등을 이용해 속도가 지배하는 사회, 자본이 강요하는 획일성, 공간의 기억을 걷어내는 개발에 비판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나무와 금속으로 사회적 발언을 해온 그가 고 김근태(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선생을 추모하는 전시회 <생각하는 손>에 참여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고인이 세상을 뜬 이후에도 서울 수유동 자택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그의 서재 일부를 불러낸다. 생생한 숨결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겐 가장 의미가 깊은 작품 중 하나다. 지난달 28일, 막바지 작업으로 연일 밤을 새고 있다는 이씨를 서울 연남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났다.
4일 DDP 개막 ‘생각하는 손’ 참여
수유동 자택 물건들로 ‘서재’ 꾸며
책·자격증·옥중 연애편지·신발 등등
좁은 작업실엔 전시장의 서재에 내놓을 김 선생의 책과 물건들이 빼곡했다. <민주노동>, <동문학>, <노동자와 정치>, <노동문학>, <노동하는 일간>, <일하는 사람을 위한 경제지식> 등 빛바랜 잡지와 단행본들, 반듯한 정자체로 강의 내용을 적은 대학 시절 노트, 감옥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들, 고 문익환 목사가 감옥에서 전해온 ‘근태가 살던 방이란다’ 시의 원본, 각종 기술 자격증,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썼던 수첩, 축구화, 구두, 서랍장, 전화카드 등등. 이씨는 버려진 사다리와 집 근처에서 주운 널판지로 만든 책장에 이 물건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또 안경, 휴대전화 같은 소품들은 직접 나무로 만든 곽에 담을 생각이다. 고인의 3주기 추모전인 ‘생각하는 손’은 이 오는 4일~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열린다.‘김근태를 생각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근태생각’(근태생각)이 기획한 전시다. 전시에는 이씨를 비롯해 노동을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 온 작가 김진송·배윤호·심은식·이윤엽·임민욱·전소정·정정엽씨와 옥인콜렉티브·콜트콜텍 기타노동자밴드가 참여해 회화·영상·설치 등 다양한 작업 40여 점을 선보인다. 전씨는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미싱사와 김치공장의 노동자를, 배씨는 일자리를 찾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노동자의 일상을, 임씨는 가슴에 구멍 뚫린 사람들이 사는 나라 ‘관흉국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상처를 드러내는 식이다. 각자 ‘생각하는 손’을 움직여 노동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는다는 게 기획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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