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 ‘예술을 사랑한’ 김근태를 기리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입력 : 2014-12-04 21:09:45ㅣ수정 : 2014-12-04 21:25:22
ㆍ3주기 추모전, 고인의 서재 되살려
거대한 위용을 뽐내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한쪽 구석에 있는 자그마한 갤러리에 고 김근태 의원(1947~2011)의 서재가 마련됐다. 노동 잡지, 미술 서적, 대학 시절 강의노트, 건설기술자면허증을 비롯한 12개의 국가기술자격증도 볼 수 있다.
두 가지가 특히 눈에 띈다. 수배 중에 보일러공으로 일하던 김 의원이 보일러를 때던 밤 잠시 책상에 앉아 역시 수배 중이던 연인 인재근 의원에게 보낸 연애편지다. 본명을 쓸 수 없어 ‘옥순이’라는 가명 앞으로 보낸 편지에는 “오늘밤 꿈속에서 우리 아가씨 귀여운 아가씨를 만나기로 하고 안녕” 같은 글귀, 자기만 아침을 챙겨먹고 나와 연인을 배고프게 한 데 대한 변명 같은 것이 써 있다. 1978년 봄에 만난 두 노동운동가는 같은 해 여름 별도의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살림을 차렸다.
서재 가운데에는 작달막한 앉은뱅이 책상이 있다. 이 책상은 인 의원이 초등학생 때부터 썼던 것으로, 김 의원이 탐내 훗날 살림집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새로 니스칠까지 하는 등 책상에 공을 들였던 김 의원은 생전 글을 쓸 때면 언제나 이 책상에 앉았다. 고인이 사용했던 안경, 휴대폰, 교통카드, 펜 등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김근태 3주기 추모전 ‘생각하는 손’에 전시된 리무부아키텍쳐의 ‘김근태의 서재’(위 사진))와 이윤엽 작가의 ‘까마귀’와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
김 의원 3주기를 맞아 4일부터 21일까지 DDP 갤러리 문에서 추모전 ‘생각하는 손’이 열린다. ‘김근태의 서재’를 재현한 리무부아키텍쳐를 비롯해 김진송, 임민욱, 정정엽, 옥인콜렉티브 등 노동 문제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온 11명(팀)의 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했다.(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