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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일요일에 쓰는 편지]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 김근태재단2005.05.30

오는 7월부터 노인요양보장제도 시범사업이 시작됩니다. 그동안 개별 가정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했던 치매․중풍의 고통을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지는 제도가 시행되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참여정부의 핵심공약이고, 머지않아 닥칠 ‘고령화의 재앙’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만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노인요양보장제도를 비롯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의 기본 정신은 ‘사회적 연대’입니다. 민간보험이 자신에게 닥칠 미래의 위험을 자기가 대비하는 것이라면 사회보험은 ‘함께’ 준비하는 것입니다.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미래의 어려움을 분담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전통의 ‘품앗이’나 ‘울력’과도 흡사합니다.


의사결정을 하면서 그런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졌는가? 그렇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결론은 ‘아직 부족하다.’였습니다. 노인요양보장제도의 총론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흐름이 형성되어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논쟁과 분쟁거리가 많았습니다.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상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적 삶의 문제에 대해 ‘사회적 부담’을 어느 정도 나눠져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회적 공감’을 이루지 못한 채 당위론만 갖고 추진하는 정책은 엄청난 대가를 치릅니다. 국민연금 제도의 시행이나 의약분업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제도의 기본정신인 ‘사회적 연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해야 한다.’는 당위만 갖고 정책을 추진할 경우에는 예외 없이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시범사업을 앞두고 이런 고민 때문에 혼란스럽고 힘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사회적 연대 방식’이 아니면 풀 수 없는 복잡하고 중층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고령화나 사회적 양극화와 같은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연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수준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면 정면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총론 찬성’을 확실한 흐름으로 만들고, ‘각론 반대’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을 갖고 토론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정책결정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이런 ‘사회적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 경험’의 차이 때문입니다. 서구사회는 오랜 시간동안 시민에 의한 민주주의의 훈련 과정을 거쳤습니다. 수많은 이견이 충돌하고 절충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형성한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그런 합의과정이 부족합니다.


이제, 제도를 시행하기로 당정 간에 합의를 했습니다. 앞으로 국회 논의가 남아있지만 총론에 대한 합의가 있는 만큼 연내에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훨씬 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빙산 저 아래에 있는 ‘사회적 연대’ ‘사회적 합의’라는 훨씬 큰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05.5.30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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