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도시락 전달하기
‘여름 복지부, 겨울 교육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직사회에서 농담처럼 하는 얘기인데, 여름에는 복지부 직원, 겨울에는 교육부 직원들이 바빠진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여름은 국민 건강에 ‘빨간 신호등’이 켜지는 계절이라는 뜻도 되겠지요.
꼭 그런 말을 의식한건 아니지만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저 역시 조금씩 긴장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식중독과 국내외 전염병에 대한 보고서에 먼저 손이 가고, ‘여름 복병’과 맞설 궁리를 하느라 머릿속이 분주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복병이 언제 어디서 불쑥 나타날지 몰라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하구요.
이달 중순이 지나면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학기동안 학교에서 감당해왔던 결식아동에 대한 점심급식을 지방자치단체가 넘겨받습니다. 급식형태도 공동급식에서 개별급식으로 바뀝니다.
당연히 작년 연말에 있었던 ‘도시락 사건’의 교훈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직원들에게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겨울에 비해 훨씬 많은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위생이 중요한데, 여름철에는 하루만 지나도 음식이 상하기 때문에 정말 세심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세배, 네배 철저히 준비해야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실, 걱정이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겨울에 드러난 전달체계의 문제점이 아직 말끔히 해결된 상태가 아닙니다. 뜻있는 많은 분들이 열심히 돕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손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지난번에 드러난 것처럼 공조직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매우 많습니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각별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저도 각계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이번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직접 도시락을 배달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 방법이 아이들의 입장에서 가장 좋기 때문에 어려움을 감수하겠다는 각오겠지요.
얼마 전, ‘이번 여름에 국민 다섯명 가운데 한명이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휴가계획을 세우셨습니까? 혹시 여름동안 ‘도시락 배달’을 하고 나서 휴가를 떠나는 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
2005.7.4
김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