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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일요일에 쓰는 편지]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 김근태재단2005.08.01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부대찌개’라는 음식이 있지요. 제가 즐겨 먹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데˜. 여러분도 그럴 거라고 짐작합니다만, ‘부대찌개’라는 이름을 들으면 괜히 생채기에 손을 댄 것처럼 뜨끔해 지곤 합니다. ‘미군부대에서 먹다 남은 것’으로 만들어서 그런 이름이 붙는 것이겠지요. 우리의 아픈 과거가 거기에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옛날, 웃어른을 만나면 ‘아침 식사 하셨습니까?’ ‘진지는 드셨는지요?’라고 인사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만 해도 보릿고개가 혹심했습니다. 그러니 일용할 음식을 앞에 두고 뭐라고 말하는 것은 ‘음식타박’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지요.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우리는 오랫동안 ‘식품안전’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느슨한 기준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느슨한 기준이 사회적 관습이 되고, 문화가 되어 어느 샌가 널리 퍼져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식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음식’을 단지 끼니를 잇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음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웰빙’ ‘유기농’ 열풍도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식품안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변화에 비해 우리 사회 전반의 관습과 시스템, 법규는 아직 충분하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식품’과 ‘다른 공산품’은 상당히 다른 ‘생산물’이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사회는 의외로 둔감합니다.


이제 몸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식품안전’에 대해 변화된 국민의 의식에 걸맞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쩌면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발전시키는 전제조건인지도 모릅니다.


7월 28일, 새로운 식품위생법과 시행령이 발효됐습니다. ‘위해식품’을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초강경 대책이 본격 시행되는 셈입니다.


새 법령은 우선,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제조․판매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않은 식품의 제조․판매를 금지하고, 위해 ‘우려’가 있는 식품은 수입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심각한 위해식품 제조․판매 사범에 대한 신고포상금을 30만원에서 1천만 원으로 대폭 인상해 내부고발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위해식품을 만들거나 판매한 사람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습니다. 위해식품을 만들고 유통할 경우 반드시 최소 징역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물론, 판매액의 2~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향후 5년 동안 같은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위해식품 회수 책임도 영업자가 직접 지도록 하고, 위반 사실을 자기 부담으로 중앙 일간지에 공표하도록 했습니다.


한마디로 위해식품을 원천봉쇄하는 한편, 죄질이 나쁜 위해식품업자는 다시는 식품산업에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고하게 처벌함으로써 ‘위해식품을 추방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초강경 조치를 취하다보면 법 적용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음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대부분 중소 자영업자이다보니 ‘食파라치’의 먹잇감이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경미한 위반행위는 포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또 농민, 음식점의 과대광고 역시 포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새로운 법령의 시행경과를 저는 지금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 최소한 ‘더 이상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수준의 합의를 이룰 수 있을 때까지 직접 확인하고 감독하겠습니다. 필요하면 또 다른 행정조치도 검토하겠습니다. 이번 기회를 반드시 ‘먹거리안전’을 지키는 전환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의 국민적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먹거리안전’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아주 분명히 대처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제가 일하는 동안 최소한 ‘먹거리에 대한 걱정’만큼은 덜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 주시고, 좋은 아이디어도 보내 주시면 참으로 고맙겠습니다.


2005.8.1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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