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 구경을 하고 싶었다.
또 왠지 가야만 할 것 같았다.
2 대 0이 되자 옆에 나란히 앉아 박수치고 있는 북한 대표들이 신경쓰였다.
북한 선수가 슛한 것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아휴” 하는 아쉬움 소리가 스타디움을 흔들었다.
나도 그랬다.
스코어는 더 벌어졌다, 3 대 0으로…
17일 우리는 사우디와, 북한은 바레인과 월드컵 최종예선전을 치룬다는데, 북한 선수들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축구를 좋아한다.
일요일 오전 내내 동네에서 조기축구를 한다.
이번 일요일에도 조기축구를 즐겼다.
“공”차는 것도 그렇지만, 골대 앞에서 슛은 정말로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튄 공을 잡으려고 볼 싸움 하다보면 상대방이 청,장년인 것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릴 때가 많다. 그래서 몇번인가 다쳤던 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일요일도 만사 제치고 조기축구하러 운동장에 나갔다.
남-북 대표들도 친선과 협력을 속으로 다짐하며 그라운드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뛰고 달리고,공을 차기 시작하면 마음이 달라진다.
운동장 경기에서 적당히는 없다.
정말로 적당히 하면 시시해 진다.
눈뜨고 볼 수 없게 된다.
나는 궁금하다.
시합 전에 북측 김기남 대표와 나눴던 말에 대해서 지금도 그런 따뜻한 느낌을 갖고 있는지 그게 궁금하다.
“오늘은 참으로 좋은 날입니다” 내가 그렇게 인사하자
“통일은 됐어”라고 플랭카드로 운동장에 걸려있는 그 구호가 정말 좋다는 것이었다.
3 대 0으로 지고 나서도 계속 그런 마음이었을까.
16일 있을 여자 축구 이후에는 어떤 마음이 될까.
또 우리는 어떨까?
2005.8.15
김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