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수자천(毛遂自薦)’이라는 고사가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조나라의 ‘모수(毛遂)’라는 선비 얘깁니다. 당시 조나라는 진나라의 침략을 받아 망국의 위험에 처해있었는데 모수(毛遂)라는 선비가 이웃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청해오겠노라 자청해 나섰다고 합니다.
그러자 ‘선비는 겸손해야하고 남이 자기를 알아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믿던 주위 사람들은 모수(毛遂)를 비웃었겠지요?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도 모수와 같은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주위의 눈치나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지부도 이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인재를 찾아 나서려고 합니다. 마케팅이나 사업기획, 인재육성, 법률, 통계, 정보화 등 분야에 대해 외부에 문호를 크게 열 생각입니다. 민간기업 혹은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분들 가운데 필요한 전문역량을 갖춘 분들을 찾아 모실 생각입니다. 경제부처를 비롯해 다른 부처의 공무원 가운데서도 국민통합에 관심이 있고 능력까지 있다고 판단되면 혜택을 부여해서라도 각별히 모실 생각입니다.
얼마 전부터 조심스럽게 직원들에게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내부 역량강화와 함께 외부에도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한다고 보는데 견해가 어떠냐?’고.
솔직히 직원들이 내켜하지 않을텐데 하며, 은근히 신경 쓰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복지부의 역할이 크게 늘어나면서 신규 인력 충원의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만 그 의도와는 달리 스스로 ‘무능력하다’고 자백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하며 직원들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또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외부에 문호를 열면 그만큼 승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모든 조직사회에서 이런 정책 방향을 실현해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승진’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보상이며, 명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걱정은 덜해도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직원들이 ‘외부에 문호를 열자’는 꼬드김을 크게 반대하지 않고 동의해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민간 영역에 있는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여러분이 ‘모수’가 되어 주십시오. ‘모수’가 되겠다고 두 손 높이 들어 주십시오. 또 주위에 그런 분들이 있다면 ‘저기 모수가 있다’고 추천도 해 주십시오.
사실, 공직사회는 민간 기업에 비해 급여가 낮습니다. 그러나 대신 사명감과 명예를 보상으로 받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국민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해보겠다고 손들고 나설 분, 어디 없을까요?
2005.8.22
김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