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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일요일에 쓰는 편지]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 김근태재단2005.10.09

며칠 전, 일 때문에 시간을 놓치고 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평소 자주 가는 설렁탕집을 들렀습니다. 손님이 제법 많았습니다. 어르신 여러 분이 식사를 하시다가 제 손을 꼭 잡고 ‘요즘 중국산 수입김치 때문에 국민들 걱정이 많으니 잘 해결해 달라’고 하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설렁탕집 주인이 ‘오늘 복지부 장관께서 다녀갔으니 우리 집 김치는 문제없다고 써서 붙이겠다’고 농담처럼 하는 말씀이 걸렸습니다. 얼마나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까요?


중국산 김치에서 납이 검출되고, 국내산 양식 어류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되면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제, 중국산 김치 31개 제품과 국산 김치 28개 제품을 수거해 정밀 검사한 결과를 보고받았습니다. 조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연구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내린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우선 국내산 민물 양식 어류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 급합니다. 해양수산부에서 사후대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만 범정부 차원에서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단기적인 대응과 함께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질책하는 것처럼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말이 안됩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우리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식품관리정책’을 펴야 합니다. 마찰과 부담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사회적 파장과 부담을 두려워하면 문제가 생기고 난 뒤에 대응책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문제가 생기기 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면 다소간의 마찰과 부담을 각오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해양수산부나 농림부 등에서 수산물이나 농산물의 안전 관리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농어민의 입장이 배치되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모든 불편함과 부작용을 감당하더라도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고려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어떤 현실적인 어려움도 국민의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근원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단기적인 대책은 대책대로 세워서 추진하되 근원적인 문제해결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얼굴을 붉혀야 하는 상황이 오면 붉히겠습니다. 정부 부처마다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의 차이를 훌쩍 뛰어넘어 국민의 입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자고 요청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부터 권한이나 역할을 양보할 것이 있으면 내놓고, 책임을 더 져야 할 것이 있으면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어떤 현실적인 어려움도 국민의 건강보다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2005.10.9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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