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2023 김근태기념도서관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창립 40주년 기억전 《이제 다시, 일어나》
전 시 기 간 : 2023.11.21.(화) ~ 2024.01.28.(일)
전 시 장 소 : 김근태기념도서관 전시실
참 여 작 가 : 김진주, 무늬만커뮤니티, 이유지아, 이준아
전시《이제 다시, 일어나》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창립 40주년을 맞아 ‘민청련’의 기록과 기억 사이에서 ‘민청련’의 과거(역사),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의미를 미술작품을 통해 톺아보고, 완결된 가치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닌, 당면한 현실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치로서 민주주의를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지나온 그 짙은 어둠은 이제 어렴풋하게 느껴진다오. 하지만 그것은 어느 밤 달그림자 진 건물 모퉁이에서 왔다 갔다 서성대는 이곳 사람들의 무심한 얼굴 그 뒤편 별안간 나타나기도 하고 말이오. 잠 속에서 꿈속에서 짓눌러오는 공포로 되살아나곤 하는 구료. 그때는 숨을 몰아쉬어 방어의 채비를 서두르게도 되고 윤동주 시인의 맑은 눈물이 스며 있을 듯한 벽에 기대어 밤하늘의 별을 끌어당겨 다짐하기도 한다오.” (중략)
"이제 나는 다시 일어나 걸어갈 채비를 해나가고 있는 중이오. 당신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구려. 9월 말 그때 기적 같은 만남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 것이오.” (1986.1.26. 김근태가 부인 인재근에게 보낸 편지 中)
전시의 제목인 ‘이제 다시, 일어나’는 1986년 1월 26일 故 김근태 선생이 부인 인재근에게 보낸 옥중편지로부터 마주한 문구로, 기만과 폭력, 반민주주의로 점철된 군부독재로부터 무릎 꿇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와 어둠으로 뒤덮인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투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민주화의 길 가장 앞에 선 청년들이 만들어낸 역사적 시간 위에서 예술이 그들의 몸짓과 목소리, 기억과 기록을 어떻게 바라보고 감각 하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이제 다시, 일어나’ 내일의 민주주의를 향해 걸어 나가야 할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과 마주할 희망은 무엇일지 상상하게 한다.
김진주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 기억과 기록 그리고 감각을 연결한 작품들로 기억곳2 공간을 구성한다. 전시실에 놓인 일련의 작품들은 각각의 기록물로부터 발견한 단서, 단서의 무게, 그 단서를 전이시키는 감각을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한편, 서로 이어지고 맞춰지는 조각으로서 ‘민주화운동청년연합’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 기록과 기억을 전시장 안에 펼쳐놓는다. 두 조각은 서로 맞춰지며 연대와 희망 그리고 사랑의 모양을 떠올리게 한다. 3층 테라스에는 무늬만커뮤니티의 <샹들리에>(2018)가 전시되어 2016년 2월 이후 불 꺼진 개성공단이 품었던 평화와 공존의 의미를 다시 상기시킨다. 이유지아는 고 김근태 선생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던 당시 뒤집어썼던 수건에서 나던 다이알 비누 냄새로부터 국가폭력의 상흔을 대공분실 설계 도면으로 시각화하고 재현하여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시공간으로 옮겨놓는다. 노란빛의 비누 조각들이 빛을 받아 색을 발하면 발할수록, 예쁘게 보이면 보일수록 그 안에 내재된 국가폭력의 무게는 배가되고, 막연했던 공포는 더욱 구체화되며 타자의 고통은 보고, 맡는 이에게로 전이된다. 이준아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 부위원장을 지냈던 아버지 ‘이을호’의 역사와 함께 맞물리고 축적되어 온 자신의 시간과 그로부터 추출된 도식화된 패턴들을 3개의 캔버스 위에 채우고, 도식화된 도형으로 채워진 삼면화로부터 개인의 경험, 역사, 시대의 기억이 맞물리는 순간을 화면 위에 재현한다.
1983년 9월 30일 저녁, 돈암동 가톨릭 상지회관에 마주 모인 청년들은 민주화운동에 온 삶을 내던지리라 다짐하고 암흑 같았던 시대 속 작은 불티가 되어 타올랐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날의 청년들이 자신의 몸을 던져 도달하고자 했던 현실(가치)로부터 얼마만큼 가까워졌을까? 그날의 외침과 울림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엄혹했던 그 시절 김근태 선생이 편지 속에 빼곡히 써 내려간 문장처럼, 짙은 어둠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균형과 감각을 끌어안고 내일을 위한 움직임을 반복하고, 시간을 켜켜이 쌓아가다 보면 우리가 상상하던 따뜻한 민주주의가 다시금 우리의 주변에 자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또한, 기념하기 위한 것이 아닌 기억하기 위한 이 전시가 그날의 실천과 오늘의 현실을 결부시키고, 다시 의미를 연결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자들에게 그 역할과 소명이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