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상’ 판셀로 화상인터뷰
제7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수상한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 판셀로가 지난 4일 경향신문과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줌 온라인 화상 캡처
“미얀마의 이번 민주화 투쟁은 승리로만 끝나야 하는 엔드게임이다. 미얀마 국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민주화를 위해 노력 중임을 기억해달라.”
미얀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판셀로는 지난 4일 기자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체포당할 뻔한 순간부터 태국으로 망명하기까지 100일간의 투쟁을 기록한 책 <봄의 혁명>의 저자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정신을 인정받아 지난달 25일 제7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수상했다.
판셀로는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의 측근이다. 온라인에 정치적 글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군부의 체포리스트에 오른 여성이다. 군부는 그의 집과 재산을 몰수하고 친척들을 고문했다. 가족과 미국으로 망명한 판셀로는 2021년 2월 이후 단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다고 했다.
미얀마 민주정부 지도자 아웅산 수지(왼쪽)와 판셀로. 도서출판 모래알 제공
‘투쟁∼망명’ 100일간 기록 펴내
글로 현지 상황 알리고 모금 활동
국민들, 민주주의 무엇인지 맛봐
민주화 투쟁은 반드시 성공할 것
군부는 미얀마를 탈출한 판셀로의 국적을 박탈했다. 하지만 판셀로는 국제사회와 언론에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는 글을 쓰고 모금 활동을 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국민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작가라는 영향력을 활용해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판셀로는 군부 쿠데타 직전인 2년 전보다 미얀마의 치안과 경제가 불안한 상태라고 했다. 군부는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조차 의심만 들어도 시민을 체포하고 고문한다고 했다. 화폐 가치가 반토막이 나는 등 극심한 경제난에 절도 범죄가 늘었다고 했다. 여권을 신청하는 청년들이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 줄 지어 서 있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했다. 구직난이 심해 외국에서 일용직으로라도 일하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이 주둔 중인 미얀마 중부의 사가잉주 같은 농촌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고 했다. 군부가 시민방위군이나 소수민족 민병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을 전체를 불태우고 여성과 어린이들을 집단 학살한다는 것이다. 판셀로는 “지난달까지 집계한 결과를 보면 쿠데타 이후 군부가 불태워 파괴한 집이 4만채가 넘어 피난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군부 헬기가 마을을 불태울까 걱정하느라 경제 근간인 쌀과 콩 농사마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판셀로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2년간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미얀마 국민들의 열정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민주화 투쟁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쿠데타 전 5년간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이 무엇인지 맛봤다”면서 “좋은 지도자와 어떻게 협력해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지 배웠기 때문에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과거에도 군부 독재에 신음했던 미얀마는 2015년 민족민주동맹이 문민정부를 세워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전까지 국가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판셀로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NUG를 유일한 공식정부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미얀마 국민들의 소원”이라며 호소했다. 미얀마 민주화 정부 인사들은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자 2021년 4월 NUG를 출범시켰다.
판셀로는 “군부가 ‘NUG와 시민방위군은 테러리스트’라는 내용의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지만 이를 믿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