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보도] ‘정치인 김근태’ 아닌 ‘휴머니스트 김근태’로 기억되는 공간으로(한국일보, 2021. 12. 13.)

  • 김근태재단2021.12.13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민주화 운동과 인권 존중의 뜻을 잇기 위한 ‘김근태기념도서관’이 지난 4일 서울 도봉동에서 개관했다.

이달 30일은 김 전 의원이 사망한 지 10주년 되는 날이고, 도봉구는 생전 김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이순임(57) 김근태기념도서관 초대 관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근태라는 이름이 차지하는 의미를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감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며 “도서관이 민주주의로 가는 정류장과 기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서울 도봉구 김근태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인재근 의원 등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기록관과 박물관 등의 형식이 가미된 라키비움(Larchiveum) 형태의 시설로 운영된다. 민주주의와 인권 특성화 도서관이라는 취지에 맞게 각종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비롯해 김 전 의원의 생전 유품과 기록물 등 민주화 운동 관련 전시도 이어진다. 김 전 의원의 생전 어록을 활용해 ‘대화할 수 있는 용기’ ‘따뜻한 손길’ ‘희망은 힘이 세다’ ‘평화가 밥이다’ 등 도서 분류명도 새롭게 만들었다. 내년에는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주제로 한 공모전과 기획 전시회도 열릴 예정이다.

도봉구에서만 25년 넘게 살아온 이순임 관장 역시 김 전 의원의 생전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 관장은 “스무 살 무렵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연설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실천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것은 민주주의 활성화라는 그의 뜻을 이어가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20여 년 전 인천에서 살다가 비가 온 뒤 짙게 드리운 도봉산의 운무를 보고 도봉구에 정착했다는 이 관장은 지역에서 딸 다섯을 키우고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16년 넘게 돌봤다. 그는 다양한 교육과 육아 노하우를 주민들과 공유하면서 도서관 관장이라는 이름보단 ‘동네 왕언니’로 통한다. 이 관장은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알 정도로 주민들과 교류가 활발했다”며 “그 과정에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책 읽기를 통해 인간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2001년 도봉시민회 교육간사로 풀뿌리 주민운동을 시작한 그는 독서동아리 13개와 교육 품앗이 9개를 운영하며 주민들과 책읽기 운동을 펼쳤다. 150여 명 주민들과 10만 원씩 출자금을 모아 99㎡ 남짓 공간을 마련한 뒤, 정보 공유와 사랑방 역할을 한 ‘초록나라 도서관’을 운영했다. 이 같은 다양한 도서관 활동을 인정받아 2010년 도봉구 공공도서관으로 영입돼 도봉구의 도서관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이 관장은 “도서관과 마을, 교육은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도서관 주민 공동체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만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 학습을 강조해온 김근태 전 의원의 뜻을 잇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김근태기념도서관에 김근태 전 의원이 남긴 ‘한반도의 꿈, 평화’라는 육필이 전시돼 있다. 김재현 기자

이 관장은 김근태기념도서관이 ‘정치인 김근태’가 아닌 ‘휴머니스트 김근태’로 기억되는 공간으로 남길 바란다. 우리나라 민주화를 사수하기 위해 힘쓴 수많은 사람들의 공적이 김근태를 통해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김근태기념도서관이 민주 인권 평화라는 3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민주주의 인권 특성화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며 “도서관이 마을 민주주의의 허브로서 토론과 문화가 흘러넘치는 공간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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