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센터

연설문

[김근태 생각] 한바다님 ‘사랑은 사랑이라 부르기전에도 사랑이었다’출판기념회 축하인사

  • 김근태재단2009.02.28

1. 한바다님의 책 이름이 참 좋다

‘사랑은 사랑이라 부르기 전에도 사랑이었다’

‘사랑’이라는 말은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 이름은 우리 가슴에 ‘쿵’ 소리를 내면서 밀고 들어오는 것 같다.

사랑은 삶과 생명의 근원이며, 동력이라는 이야기를 이보다 더 잘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 특히 이 책 맨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쓰러져 있는 강아지를 부둥켜 안고, 한참 통곡을 하고 났더니, 강아지가 ‘킁’하며 눈을 떴다. 한바다님은 강아지를 살려냈다는 기쁨 때문에 죽으러 갔던 것을 포기하고 생명의 세계로 되돌아오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이 말 속에서 강렬한 메시지가 느껴진다. 아니 그 강아지가 한바다님을 오히려 살려냈다는 되돌아 봄 속에서 어떤 지혜의 힘, 깨달음의 시작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3. 어제 오후에 서야 이 책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다 읽지 못했다. 그러나 건너뛰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대충 다 읽었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리드미컬하고 가슴에 쏘옥 쏘옥 들어오고, 때때로 감동도 받고…… 지혜가 담겨서 그렇겠지만, 한국말과 글을 참 잘 녹여낸 것이어서 도저히 책을 덮을 수 없었다.

4. 우스개 소리가 생각난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요새는 사랑이 아니라 소망이 힘이 제일 세다는 이야기가 흘러 다니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 후에 강부자 내각과 고소영 정부, 고소영 내각 이라고 하는 것 여러분 잘 아신다.

거기서 ‘소’가 바로 ‘소망교회’인사들이다. 출세하려면 ‘소망’교회 줄에 줄 잘 서라는 것이다.

그런 이 시점에서 ‘사랑’ 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은 우연한 일이겠지만 아무래도 이명박 시대와는 불화할 것 같다.

오늘과 같이 불안하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사랑이 우리 삶과 생명의 근원이라는 이 선언이야 말로 다시 들어도 좋은 말씀이다. 우리가 역설적으로 진정한 희망, 진실하고 간절한 소망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도 분명해져야 할 사실이다.

5. 여기서 우리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저 바깥으로 나가서 이야기 할 생각이다. 우리는 ‘힘내라 힘!’ 하며 서로 부추기기 위해서 여기에 이렇게 모였다.

6. 지금은 미국에서 시작되고, 미국이 책임을 져야 할 세계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우리 서민과 중산층 생활이 너무 어렵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의 이 사태의 근본책임자인 부시보다 더 부시식으로 부자감세, 규제완화 쪽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세계는 물론 지금 미국이 가는 방향의 정반대로 가고 있다. 세상의 실소와 야유가 몰려오고 있다. 이것을 막아야 하는데, 참 쉽지 않다. 우리가 혹독한 댓가를 지불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닥친 위기의 악화 방지가 중요하고, 이것만도 벅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도 근본적인 문제, 본질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7. 오늘의 경제위기는 이기심과 탐욕의 전제위에 서 있는 시장경제의 작동오류, 불능성, 무능성 때문에 일어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손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와 국가 개입을 불필요한 규제라 하면서, 시장에 맡겨라, 정부는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 소위 시장 만능주의, 신자유주의의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의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기심과 탐욕은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망가지게 한다. 또한 시장도 파괴한다. 그러면 다른 대안이 경제사회 시스템으로 제시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인지,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신케인주의로 가능한 것인지 그렇다고 과거에 실패한 ‘사회주의’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고….

이것이 오늘 우리의 어려운 숙제라 또한 세계시민의 엄중한 요구이다.

한바다님의 이런 지혜와 깨우침이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고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데에서 큰 에너지가 될 것을 믿고 싶다.

2009년 2월 28일

김근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