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전면 재협상”을 당론으로 정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경제 미래가 백척간두에 섰습니다.
G20이라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호의 저 객실 한 구석에선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미FTA 밀실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서울행 목적이 G20 정상회의가 아니라 한미 FTA타결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게 부담을 주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정부는 밀실협상으로 이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이 비밀협상에서 지난번 쇠고기협상에서처럼 덜컥 무리수를 놓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하필 한미 쇠고기 협상의 주역이었던 민동석씨가 이 시점에 외교부 차관으로 컴백했다는 사실이 단지 우연일까요? 민동석 그가 누구입니까? 자신의 영달과 윗사람 눈치 보기 때문에 우리국민의 건강권과 우리나라의 검역주권을 포기했던 사람입니다. 그러고서도 “미국이 준 선물”이라고 뻔뻔스럽게 적반하장으로 나왔던 사람 아닙니까?
민주당 지도부와 당원동지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길은 외통수입니다. 이대로 두면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를 쇠고기 협상처럼 처리하려고 할 것입니다. 전면적 재협상을 당론으로 채택해야합니다. 투자자-국가 제소 조항, 네거티브 리스트 조항, 이른바 역진방지조항, 서비스․의약품 조항 등 각종 독소불평등 조항에 대해 전면적 재협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전면적 재협상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에게 G20의장국답게 당당하게 미국과 협상하라고 주장해야 합니다. 만일 합의가 안 되면 이런 내용으로는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에게 전면적 재협상을 하라고 하는 것은 마치 고양이 앞에 생선을 바치는 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한미FTA를 지금대로 하라고 한대서 민동석 차관을 새롭게 등용한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미국이 준 선물”과는 다르게 협상할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저들에게 맡기고 뒷북칠 일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행동해야 합니다. 결연한 마음으로 국민과 함께 일어나서 반대하지 않으면 미국의 교만한 요구 앞에 속수무책이 될 것입니다.
물론 지난 참여정부시절 집권당으로서 추진했던 한미FTA를 이제와서 부정하는 것에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치인의 자기부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지난 과오를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은 물론 국민과 역사 앞에 더 부끄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지난 97년 IMF 체제를 돌이켜 봅시다. OECD 가입을 허락하는 대신 자본자유화, 외환자유화, 이른바 환율시장화라는 미국과 IMF의 강요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경제는 쑥대밭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이 우리가 이뤄놓은 성과, 특히 경쟁력 있는 제조업과 “금모으기운동”에 나섰던 국민의 단합정신이 있었기에 파국의 길은 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경제와 서민생활은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IMF 위기를 통해서 우리 경제는 급속히 미국화 되었고, 미국의 금융자본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경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으로의 제도화가 개혁의 이름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의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던 한국경제의 다이나믹스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층과 서민의 양극화를 격화시켰습니다. 한국사회를 결정적으로 분열시켜 버렸습니다. 일자리를 없앴고, 있는 일자리의 절반은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불안과 공포의 사회, 패자부활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은 우리의 길이 아님이 분명해 졌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고백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미 FTA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시기에 지지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집권시절 국내외 신자유의주의 세력의 압력과 영향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휘둘렸습니다. 미국식 양극화라는 덫에 걸려 정권을 교체당하고 말았습니다. 양극화 앞에서 좌절하고 분노한 서민과 중산층의 “민주화가 밥 먹여 주냐”라는 비난 앞에서 우리는 초라해졌던 것 아닙니까.
진정한 반성은 진정한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말로만 반성한들 그 어떤 국민이 믿겠습니까.
우리 민주당이 민주· 개혁·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세력이라면 반드시 지금 결단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와 한미FTA, 그것은 우리가 갈 길이 아니었습니다. 이를 고백해야 합니다.
이제 ‘진실의 순간’이 우리 앞에 왔습니다.
중간은 없습니다.
시간도 없습니다.
국민과 역사의 요구에 우리는 응답해야 합니다.
2010년 11월 2일
민주당 상임고문 김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