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민주주의자’‘민주화운동권의 대부’김근태 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장이 세상을 떠난지 오는 30일로 만 10년이 된다. 평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온 힘을 쏟아온 김 전 의장은 1985년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 등에 의해 자행된 악랄한 고문으로 오랫동안 후유증을 앓다 지난 2011년 세상을 떠났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염원했던 많은 국민들은 지금도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달 초 그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 도봉구에 ‘김근태기념도서관’이 생긴 것은 비록 늦었지만 김 전 의장의 정신을 이어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가 김 전 의장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 졸업반이던 1987년 겨울이었다. 소위 ‘1노 3김’(노태우,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이 출마한 대통령선거를 불과 한 달 정도 남겨둔 시기에 친구와 함께 김대중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세력 모임에 자원봉사를 갔다가 김 전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때 다시 만난 김 전 의장은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주면서도 기자정신을 강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당한 권력, 불의, 부정에 대해 지적하고 저항하던 그 전 의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김 전 의장의 신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했고 그 이유를 김 전의장은 적나라하게 일갈했다.
“중산층, 서민의 삶이 개선되지 않은 탓에 담론의 투쟁에서 패배했다”
2008년 4월 총선에서 패했으나 김 전 의장은 담담했다. 민주화 세력이 아파트 분양원가나 국민연금 등 민생문제에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이 책임을 물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주권재민(主權在民), 국민에게 나라의 주권이 있다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필자가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대통령의 리더십 세미나’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민주적 가치의 내면화’를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소중한 소양으로 강조했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은 수직적 위계 질서 속의 1인자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인‘동료 중의 1인자’로 여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김 전 의장은 민주적 가치를 내면화한 진정한 정치 지도자 중 한 분이다. 권위주의를 싫어하는 그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비판을 서슴지 않는 등 할 말은 하는 진정 용기있는 리더였다.
내년 대선이 불과 두 달 반 정도 남았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참담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무너지는 자영업 생태계, 희망을 잃은 청년세대, 심화되는 양극화, 미·중 갈등에 우왕좌왕하는 우리 외교 등 국가적 난제가 수두룩하다. 과연 유력 대선 후보들이 이같은 난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줄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을 포기할 순 없다.
아울러 김 전 의장이 생전에 추구해온 가치를 생각해본다. ‘더 많은 민주주의’ ‘인간적 시장 경제’ ‘ 따뜻한 복지’ ‘한반도 평화’ 등등. 아직도 미완으로 남아있다. 그의 못다한 꿈을 필자를 포함하여 살아있는 민주평화세력이 이어받아 실질적 의미의 민주주의를 되살려내야 한다.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