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소선 어머니를 떠나 보내야 한다.
전태일의 어머니요 노동자와 약자, 소외된 모든 영혼의 어머니로 앞으로도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계실것이다.
그러나 왠지 모르겠지만 이소선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이런 눈물과 끝 모를 그리움 속에서 이소선 여사의 명복을 빈다.
전태일 열사가 불이었다면 이소선 여사는 물이었다.
전태일이라는 거대한 불덩이가 70년대의 하늘위로 쏟아질 때 이소선이라는 장대한 물줄기도 땅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전태일이라는 불길이 지난 자리마다 이소선이라는 물이 흘러들었다. 그을리고 상처 난 몸과 마음속으로 흘러 새살이 돋게 하고 더 강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셨다. 오늘날까지 전태일 정신이 살아있는 것도 이소선 어머니가 살아 계셨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소선 여사는 ‘살아남의 자의 슬픔’에서 머물지 않고 ‘살아남의 자의 기쁨’을 만들어 내셨다. 늘 사랑스럽게 슬프고 아픈 우리들을 감싸 주셨다.
돌이켜 보면 이소선 여사는 단순히 전태일의 어머니가 아니다.
40년 동안의 한결같은 삶을 볼 때 오히려 전태일이 이소선의 아들로 보일 정도다. 통찰과 용기로 깃발을 드는 전태일의 불같은 정신이 있다면 낮은 곳으로부터 스며들어 종국엔 모든 것을 삼킬 수 있는 물의 정신이야 말로 이소선 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0년을 꾸준히 한 길을 가는 힘. 40년을 꾸준히 낮게 임하고 높게 꿈꿀 수 있는 실천과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명과 삶을 모든 가치 판단의 중심에 두는 이소선 정신은 환경과 복지, 반핵과 평화 등 미래 가치와 맞닿아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넓고 깊은 마음으로 하늘 너머의 하늘까지 다 품었던 이소선 여사가 몹시 그리울 것이다. 그 그리움만큼 이소선의 마음, 이소선의 정신, 이소선의 길이 명확해질 것이다. ‘살아남의 자의 슬픔’을 말하기엔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긴박하다. 이소선 여사께서는 늘 ‘슬픔’대신 우리에게 삶을 긍정하고 꿈을 쟁취하라고 하셨다. 그렇기에 이명박 정부라는 현실을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에 그친다면 그것은 이소선 어머니의 길이 아니다. 슬픔과 분노에 긍정과 꿈을 보태야한다.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긍정하는 연대의 길과 보다 많은 평등과 자유의 길을 찾아 우리의 땀과 열정을 바쳐야 한다. 이소선 정신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정치적으로 민주대연합일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정규직/비정규직 차별문제의 해결이 될 것이다.
이소선 여사를 추억하고 마는 것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일 뿐 진정한 추모가 아니다.
이소선 정신을 실천하여 세상을 바꾸는 것, 바꾼 세상을 하늘의 이소선 여사에게 보여 드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추모의 정이다. 이소선 여사는 말씀하셨다.
“살아라. 살아서 싸워라. 싸워서 바꿔라.”
2011년 9월 6일
김 근 태